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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잃은 사회와 처용의 귀환

고전 〈처용가〉를 통해 본 현대 정치의 심리 구조한국의 고대 문학 중 가장 신비롭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신라 향가인 〈처용가〉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설이나 민속적 주술을 넘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처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 대한 이 고전의 메시지는 왜 지금 다시 주목받아야 하는가.처용가, 부끄러움을 노래하다 〈처용가〉는 전염병의 신이 아내를 범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물러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래’와 ‘부끄러움’이다. 폭력이나 보복이 아닌 ‘윤리적 호소’와 ‘자기 반성’이 세..

문학과 심리학 2025.07.17

뻔뻔한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감정 에너지를 지키는 심리 전략

살다 보면 꼭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거짓말을 해도 당당하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누가 봐도 부끄러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뻔뻔하게 웃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향해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 이럴 때 우리는 분노와 혼란을 동시에 느낀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그들은 왜 부끄러움을 모를까? 뻔뻔한 사람들에게 윤리나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제한적으로 작동하거나 아예 무감각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자기애 성향이 강하거나, 공감 ..

뻔뻔한 사람들은 정말 부끄러움을 모를까?

뉴스나 사회 이슈 속에서, 혹은 일상 속 인간관계에서도 뻔뻔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거짓말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뻔뻔하게 웃으며 상황을 모면하는 사람들. 우리는 종종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 그러나 정말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를까?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기준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걸까?심리학적으로 보면 뻔뻔한 사람도 수치심을 느낀다. 다만 그 ‘포인트’가 다를 뿐이다. 우리가 상식적, 도덕적으로 부끄럽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지만, 다른 방식의 자극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자기 이미지가 훼손될 때 뻔뻔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강한 자아, 흔들리지 않는 권위, 성공한 ..

거짓말, 모르쇠, 책임 회피… 왜 어떤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죄를 짓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기자 앞에 서고,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반복하고,들켰는데도 모른 척, 침묵,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단순히 윤리 문제나 정치적 성향의 문제를 떠나,이런 인물들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해보는 일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데에도 필요하다.오늘은 뻔뻔함의 심리학에 대해 깊이 살펴보자.1.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심리학에서 ‘수치심(shame)’은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수치심을 억누르거나 아예 느끼지 않는 듯 행동한다.이는 실제로 감정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데 익숙해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특히 권력과 결합된 자기애적..

화성이주는 과연 현실적인가? 일론 머스크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인류가 화성에 이주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다. 스페이스X의 설립자 일론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화성이주 계획을 천명하며, 이를 위한 로켓 개발과 우주선 기술, 자원 활용 방식까지 현실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화성이주는 정말 가능할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기술적 진화를 위한 과정일까?이 글에서는 화성이주의 현실적 한계, 그 과정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진짜 의도가 무엇일지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화성 이주는 과연 가능한가? 첫 번째로 짚어봐야 할 점은 화성이라는 환경 자체다.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하고, 대기는 지구의 1% 수준으로 매우 희박하다. 무엇보다 산소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이 직접..

가족이나 주변인이 강박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살아가거나 가까이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을 잠갔는지 수십 번 확인하거나, 손을 반복해서 씻고, 작은 실수에도 불안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걱정이 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피로감과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이는 강박적 행동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마음속 불안을 통제하려는 심리적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구,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이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강박 성향이란 무엇인가강박적 성향은 일상에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성격 특성입니다. 완벽주의, 지나친 책임감,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함 등으로 나타나며,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성향이 너무 강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

계속 확인하는 습관, 혹시 강박장애? 반복 확인 심리의 원인과 해결법

물건을 잠갔는지, 불을 껐는지, 혹은 메시지를 제대로 보냈는지…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도 다시 확인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확인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세 번, 네 번, 혹은 수십 번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심리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심리'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확인 행동은 왜 반복될까?반복적인 확인 행동은 우리 뇌가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외출 직후 문을 잠갔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는 행동은 실질적으로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실수를 방지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점차 그 행동이 강박적으로 반복된다면 '확인 강박'이라 ..

생각이 많아서 즐겁다 – 창의적 상상의 심리학

우리는 흔히 생각이 많은 사람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머리 아프게 왜 그렇게 생각해?” 같은 조언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생각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서 즐거운 사람들도 있다. 상상과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고, 하나의 단어에서 열 가지의 의미를 떠올리며,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의 머릿속은 언제나 조용한 듯 시끄럽고,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창의적 상상의 심리학’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생각이 많은데 왜 즐거운가?보통 생각이 많다는 것은 걱정과 불안, 과잉 분석과 후회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생각은 불안의 근원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의 원천이다. ..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병, PESM 증후군이란?

현대인의 삶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의 반복이 지나치면 뇌는 과열되고, 삶은 피곤해진다. 이처럼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생각과 자기 감시가 일상화된 상태를 일컬어 PESM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아직 정식 정신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PESM은 "Pensées Excessives Sur Moi"의 약자로, 프랑스어로 '나에 대한 지나친 생각'을 의미한다.PESM 증후군의 정체PESM은 스스로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정도가 병적인 수준에 도달한 상태를 뜻한다. 일반적인 자기 성찰이나 반성의 범위를 넘어서, 일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며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인간은 왜 귀여운 것에 끌리고, 징그러운 것에 거부감을 느낄까?

인간은 강아지, 고양이 같은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게는 쉽게 미소를 짓고 다정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바퀴벌레나 지렁이처럼 생김새가 징그럽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에게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회피 행동을 보인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반응이 다른 걸까? 이는 단순한 취향이나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진화적 본능과 생존 전략, 그리고 유전자에 각인된 심리적 기제가 반영된 결과다.유아 스키마와 귀여움의 진화적 기원콘라트 로렌츠라는 동물행동학자는 귀여움이 특정 생물학적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유아 스키마(baby schema)' 이론을 제안했다. 크고 둥근 머리, 큰 눈, 짧은 팔다리, 높은 음성 등은 아기 동물이나 인간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이를 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보호 본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