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처용가〉를 통해 본 현대 정치의 심리 구조
한국의 고대 문학 중 가장 신비롭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신라 향가인 〈처용가〉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설이나 민속적 주술을 넘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처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 대한 이 고전의 메시지는 왜 지금 다시 주목받아야 하는가.
처용가, 부끄러움을 노래하다
〈처용가〉는 전염병의 신이 아내를 범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물러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래’와 ‘부끄러움’이다. 폭력이나 보복이 아닌 ‘윤리적 호소’와 ‘자기 반성’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고전은 단순한 주술적 설화를 넘어, 인간의 윤리 감각과 사회적 질서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역신을 쫓아내는 도구가 무기가 아닌 ‘노래’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적 평화관과 공동체 윤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오늘날의 ‘역신’은 누구인가
현대사회에서 ‘역신’은 감염병이나 귀신이 아니다. 그것은 윤리적 해이, 권력의 오만, 책임 회피,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이다.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권력자들,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왜곡하는 이들, 책임지지 않는 정치 시스템은 모두 현대판 ‘역신’의 형태다.
〈처용가〉를 오늘날에 되살린 뮤직비디오나 예술 작품들은 바로 이 ‘역신’의 현대적 얼굴을 조명한다. 고통받는 시민, 조롱받는 진실, 축제처럼 소비되는 부끄러움 없는 밤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정치와 부끄러움의 실종
한국 정치사에서 '부끄러움'은 중요한 키워드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시민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은 다시 무감각해졌다. 각종 스캔들과 정치적 조작, 책임 회피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은 다시 질문하게 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처용가〉의 세계에서 ‘사라지는 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다. 그들은 이름 없이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남는 자’는 윤리를 지키려는 자, 침묵 속에서 노래하는 자들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자들과 함께 남아야 할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시민의 역할과 노래의 힘
〈처용가〉는 단지 옛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 각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혹은 사회 전체에 어떤 윤리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현대의 ‘처용’은 연예인이거나 정치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SNS에 진실을 올리는 평범한 시민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 정의를 가르치는 교사일 수도 있다. 그의 무기는 칼이나 권력이 아니라 ‘노래’이고, 그 노래는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다.
결론: 처용가는 지금도 노래된다
〈처용가〉는 단지 고대의 신비로운 설화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권력자들에 대한 고발이고, 동시에 윤리를 지키려는 시민들을 위한 찬가다. 우리는 그 노래를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그날’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부끄러움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제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로 남아야 한다. 그럴 때 이 사회는 다시 치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 편의 노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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