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과학의 경계 9

신은 침묵하고, 인간은 해석한다 —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선

예수와 붓다는 혁명가였고, 종교는 때때로 그들을 배신했다1. 종교는 어떻게 왜곡되는가: 말, 해석, 그리고 권력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신을 찾고, 신의 뜻을 해석해 왔다.하지만 ‘신의 뜻’이 과연 그 자체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것은 인간의 해석을 덧입은 구조물일 뿐일까?불교와 기독교 모두에서 우리는 비슷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붓다는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마가디어(당시 일반 민중의 언어)**로 설법했고,예수 역시 아람어로 사람들과 대화했다.그런데 정작 이들의 가르침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지난 후 문자로 기록되었고,또 그 후엔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바로 의미의 이탈과 권력의 개입, 번역과 해석의 갈라짐이다.‘사랑하라’는 명령이 ‘복종하..

인간은 양자보다 작다? 거시우주에서 본 인간의 위치와 존재의 의미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얼마나 클까?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또 얼마나 놀라운 존재일까?우주적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본다면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다.지구는 태양계 안에 있고, 태양계는 우리은하 안에 있으며, 우리은하는 또 다른 수십억 개의 은하들과 함께 하나의 은하단을 이룬다. 그리고 이 모든 은하단들이 모여 또 다른 초은하단을 구성하고, 우리는 그 일부인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 존재한다.그럼 만약 이런 크기 구조를 ‘크기 순서’로 나열해본다면 어떨까?양자 입자 이 순서대로 본다면 인간은 분명히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비율’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우주 전체를 수영장이라고 하고, 인간을 그 속의 미세한 먼지 입자로 본다면,양자와 인간의 차이보다, 인..

복잡한 인연과 양자 얽힘: 인과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인연’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 오래전 잊고 지낸 친구의 소식,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과의 만남조차도 우리는 ‘운명’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인연이라는 개념을 과학의 언어, 특히 **양자역학의 ‘얽힘(Entanglement)’**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면 어떨까?양자 얽힘이란?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얽힌 입자들은 아무리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 다른 쪽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이 개념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물리학자들에게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

블랙홀은 거대한 양자컴퓨터일까?

양자역학과 정보이론으로 다시 보는 우주의 수수께끼 블랙홀은 단순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우주의 ‘계산기’일까? 최근 이론물리학과 정보이론, 양자역학의 융합은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바로 블랙홀은 거대한 양자컴퓨터라는 가설이다.블랙홀 속 물질, 정말 ‘사라지는’ 걸까?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한 공간으로, 한 번 안으로 들어간 물질이나 빛은 다시 나올 수 없다. 이 경계선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은 정보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이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인 정보 보존 법칙과 충돌하게 된다.스티븐 호킹 박사는 1974년, 블랙홀이 온도를 가지고 있으..

순서의 인과가 시간의 흐름을 만든다? - 시간의 화살표와 엔트로피 이야기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를까?”우리는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있어도, 삶의 시간은 거슬러 오를 수 없습니다. 깨진 유리는 다시 붙지 않고, 식은 국은 저절로 데워지지 않으며, 우리는 늘 ‘과거 → 현재 →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왜,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시간의 방향성,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물리학에서는 시간의 방향성을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릅니다. 뉴턴의 고전역학이나 슈뢰딩거의 양자역학 방정식은 사실 시간의 흐름을 앞뒤로 바꾸어도 성립합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든,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든 물리 법칙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오직 한 방향, 즉 미래를 향한 흐름만을 경험할까요?해답은 ‘엔트로피’에 ..

미래는 정해져 있을까? 인간은 빛의 기록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고전물리학이나 현대물리학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시간과 빛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시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시간은 흐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그냥 존재할 뿐이며, 엔트로피에 의해 방향성을 갖는다. 그럴 경우 이 우주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존재 역시 빛의 기록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이 든다.  1.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을까?우리는 종종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고 믿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학과 철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물리학적으로 보면, 뉴턴 역학은 세계가 결정론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즉, 현재의 상태를 완벽히 알면 ..

원자핵과 전자의 텅 빈 공간, 그리고 불교의 '공(空)' 사상

약 2600여년전 고타마싯타르타 라는 한 사내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시험하며 고행을 하여 얻어낸 가르침이. 현대 20세기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으로 그 깊이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단편적으로 아는 그의 가르침이 놀랍게도 양자역학이라는 인간이 이해하기도 어려운 학문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종교적 신념을 떠나 한 인간의 사유와 가르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자 속에서 실질적인 물질이 차지하는 부피는 극히 미미합니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엄청난 빈 공..

만나야 될 사람은 언젠간 만난다 - 상대성이론과 인연의 법칙

오래전 영화라 영화속 내용이나 줄거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 하나의 대사가 뚜렷이 기억에 남습니다."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만난다는 것을 믿는다." 라는 앳된 전도연 배우님의 명대사였죠. 1997년 영화였으니 거의 30년이 다되어가지만 영화 속의 음악과 이 대사, 그리고 몇 장면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습니다.운명을 믿으십니까? 운명은 정해져있는걸까요? 모든 미래는 정해져있다. 라는 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런 질문들을 하시더군요.물리학의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운명적인 만남"을 이야기합니다. 인연이 닿으면 결국 만나게 된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이..

우리는 왜 불확정적인 걸 불안해할까? - feat. 양자역학 불확정성 원리

인간은 불확정적인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아닌가? 라는 다소 치기어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불확정적인 것에 불안해하는 것이 혹시 우리 안에 내재된 어떤 양자역학적 특성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끼워맞춰지긴 했지만 나름 생각해볼만한 주제 인 것 같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아요.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합니다. 내일 날씨가 어떨지, 주식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심지어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에서는 세계가 본질적으로 불확정적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Heisenberg's Un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