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심리 & 사회현상

모두를 이해해야 할까? 공감과 윤리의 경계를 묻다

interflowlab 2025. 5. 25. 18:00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남성의 고뇌하는 표정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봐.”
“모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이 말들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오해하고, 판단하고, 상처 주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금만 더 이해하려고 하면, 많은 갈등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이 의문을 남긴다.
“모든 행동을 이해하려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의 행동은, 이해라는 말로도 감싸지지 않는데?”

예를 들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유년기 학대, 가난, 트라우마 등 불우한 환경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는가? 우리가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그를 용서해야 할까?

혹은 누군가가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린다. 그 이유가 “어차피 청소부가 있으니까”라는 식이라면, 이기심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 회피다. 이 경우에도 “그 사람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라고 말하며 넘기는 것이 옳은 태도일까?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을 고민해보려 한다.
모두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고귀하다. 하지만 그 이해가 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된다.



이해와 용인의 차이

행동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 법정 안의 긴장감 있는 풍경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해하는 것과 용인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해는 “왜 그랬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용인은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해와 용인의 경계를 대화로 시도하는 두 사람의 갈등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어릴 적 받은 폭력, 정서적 불안, 사회적 좌절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폭력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폭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윤리는 무너진다.

이해는 공감의 시작점이지만, 책임을 무효화하는 면죄부는 아니다.



보편적 윤리가 필요한 이유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각자의 상처와 한계, 환경의 차이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100%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윤리’라는 공통 기준을 세운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지 않아도, 최소한 이 선만은 지키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법과 도덕은 공감과 이해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개인의 사정은 고려되지만, 그것이 공동체를 파괴할 수 없도록 막는 안전장치다.

우리가 “모든 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모든 것을 용인하면,
결국 세상은 책임 없는 무질서로 흘러가게 된다.



감정 소모와 인간관계 피로

타인을 이해하려다 지쳐버린 여성의 감정 소모 장면


모두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종종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왜냐하면 세상엔 “이해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언을 일삼는 사람, 타인을 조종하려는 사람,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자처하며 주변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 이들은 이해하려는 사람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듯 소모시킨다.

이해는 관계의 본질을 지키는 도구지만,
그 도구가 나 자신을 해치게 만들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디서 멈출 것인가?

그 경계는 간단하다.
상대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이 “타인을 해치는 것이라면”, 그 순간 멈춰야 한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판단도 해야 한다.
모든 행동을 받아들일 수는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마무리하며

모든 이해를 내려놓고 자기 울타리를 지키며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


이해는 위대하다. 하지만 무조건적 이해는 위험하다.
모든 사람을 품으려다, 정작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을 수 있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며 마음속으로 묻자.
“나는 너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너는, 네 행동이 다른 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이해하려 했는가?”

공감은 양방향이어야 하고, 윤리는 모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다.
우리는 사람을 이해하되,
그 사람이 그 선을 넘었을 때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잘못된 거야.”
그 말이 인간됨을 지켜주는 마지막 울타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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