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왜 말하면서 깨닫는가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말 속에 이미 답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경험이다. 복잡한 고민을 풀기 위해 친구에게 털어놓다 보면, 듣는 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정리가 된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생각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구조화할 때, 비로소 스스로의 마음을 명확히 들여다보게 된다. 말하는 행위는 곧 스스로를 정리하는 작업이며, 말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본능처럼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바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2. 확증편향이란 무엇인가?
확증편향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생각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인지적 오류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이 범인일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진 형사가 있다고 하자. 그는 그 후로 모든 증거를 그 사람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다른 용의자에 대한 가능성은 배제한다. 그렇게 되면, 사실이 아니라 믿음이 진실이 되어버린다.
AI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질문자가 한 방향의 생각이나 데이터를 주입하면, AI는 그에 맞춰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재구성해준다. 질문자의 프레임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뽑아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는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3. AI는 거울인가, 증폭기인가
AI는 본래 사용자의 입력을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GPT처럼 문맥 기반 언어모델은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나 맥락을 바탕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응답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이 사람 정말 의심스러운데, 왜 그런 걸까?"라고 물으면, AI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이유들"**을 열거해준다. 반대로 "이 사람이 억울할 수 있는 이유는?"이라고 물으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이처럼 AI는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거울처럼 비추되, 그 거울은 말하는 이의 생각을 증폭시켜서 보여주는 특성을 가졌다.
4.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AI와 대화할 때, 또는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꼭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1. 내가 가진 전제는 무엇인가?
"이게 맞지 않아?"라고 이미 정해둔 결론이 있는지 자문해보자.
그 생각이 대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2.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이게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AI에게는 이렇게 물어보자: "혹시 반대 가능성도 있어?"
3. 이 대화가 나의 믿음을 강화하는가, 확장하는가?
말을 통해 내가 더 단단해지는 것 같은데, 그게 '강화된 착각'일 수도 있다.
대화의 목적이 '확신'이 아니라 '탐색'이 되도록 하자.
5. 당신은 AI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AI는 도구일 수도, 철학적 거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 그리고 그 질문이 어디서 왔는지를 자각하느냐이다.
당신이 AI에게 던지는 말 속에는 이미 당신의 사고 방식이 녹아있다.
그 말이 돌아와서 당신을 설득할 때, 그건 AI의 판단이 아니라 당신이 이미 믿고 있었던 생각의 반향일지도 모른다.
6. 마무리하며 – '질문하는 존재'로 남기
AI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질문하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게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서만, AI도, 나 자신도, 세상도 더 넓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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