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과학의 경계

원자핵과 전자의 텅 빈 공간, 그리고 불교의 '공(空)' 사상

interflowlab 2025. 3. 16. 18:09

약 2600여년전 고타마싯타르타 라는 한 사내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시험하며 고행을 하여 얻어낸 가르침이. 현대 20세기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으로 그 깊이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단편적으로 아는 그의 가르침이 놀랍게도 양자역학이라는 인간이 이해하기도 어려운 학문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종교적 신념을 떠나 한 인간의 사유와 가르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교와 사찰, 스님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자 속에서 실질적인 물질이 차지하는 부피는 극히 미미합니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엄청난 빈 공간이 존재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단단한 물질도 사실은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자의 구조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 사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공'은 단순한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상대적이며 본질적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과 불교 철학을 연결해 보면, 우리가 믿고 있는 '물질적인 실체'는 사실 환상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자이미지

 


1. 원자는 대부분이 빈 공간이다

현대 과학이 밝힌 원자의 구조를 보면, 원자는 놀라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 원자의 크기는 대략 0.1 나노미터(10⁻¹⁰m) 수준이지만, 원자핵의 크기는 약 10⁻¹⁵m에 불과합니다.
  • 원자핵이 원자 전체 부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00,000 정도에 불과합니다.
  • 만약 원자핵을 **탁구공 크기(4cm)**로 확장한다면, 전자는 약 4km 거리를 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 만약 원자핵이 작은 씨앗(1mm) 정도로 확장되어 축구장 한가운데 있다면, 전자는 축구장 외곽을 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 즉,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물질은 사실상 99.999999999999%가 빈 공간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물질이 단단하다고 느낄까요?

그 이유는 전자기력 때문입니다. 원자의 전자는 빠르게 움직이며, 서로 밀어내는 힘(쿨롱의 법칙) 때문에 우리가 어떤 물체를 만질 때 '단단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는 원자들이 부딪히지 않고도, 전자들 사이의 반발력으로 인해 촉감을 느끼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는 '물질'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2. 불교의 공(空) 사상과 원자의 빈 공간

불교에서는 **'공(空)'**이라는 개념을 핵심 사상 중 하나로 설명합니다.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모여 형성된 것일 뿐이며 본질적으로 고정된 자아(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을 원자의 구조와 연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주는 거대하지만 우주를 이루는 원자의 공간은 텅 비었다.

  • 우리가 보고 만지는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원자는 대부분이 텅 비어 있습니다.
  • 물질의 단단함이나 색깔, 형태는 원자의 전자 배열과 파동의 상호작용에 의해 우리가 그렇게 인식할 뿐입니다.
  • 즉, 우리가 '실체'라고 믿는 모든 것은 사실 존재하지만 동시에 비어 있는 것이며, 이는 불교의 공 사상과 매우 흡사합니다.

공(空)의 철학적 의미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모든 형성된 것은 꿈, 환영, 물거품과 같으며, 이슬과 번갯불과 같다. 반드시 이를 이렇게 볼지니라.)

즉, 우리가 실재한다고 믿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무상하며, 변하며,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3. 현대 물리학과 불교의 만남: 모든 것은 중첩되어 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역학의 개념도 불교의 공(空)과 연결됩니다.

양자역학, 불교철학

 

  • 전자는 입자이면서도 동시에 파동처럼 행동합니다.
  • 한 위치에 정확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치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 이러한 개념은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연기란,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표현하면,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서 개별적인 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퍼져 있는 존재입니다. 즉,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러한 원자의 특성과 불교의 철학적 개념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 자체가 실제보다 훨씬 더 유동적이고 관계적이며, 실체가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4.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과 불교 철학을 함께 살펴보면, 우리의 감각이 실제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 원자는 대부분이 빈 공간이며, 실질적인 물질은 극히 일부만 존재합니다.
  • 우리가 단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전자기력의 작용일 뿐, 물질 자체는 텅 비어 있습니다.
  • 불교의 공(空) 사상은 모든 것이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의미로, 원자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 양자역학은 물질의 본질이 중첩된 상태라는 점을 밝혀냈으며, 이는 불교의 연기 사상과 연결됩니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며, '실재하는 것'과 '비어 있는 것'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이 지점에서, '진짜 현실'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생각 거리

  1. 우리가 만지고 느끼는 모든 물질이 사실은 대부분 빈 공간이라면, ‘단단함’이라는 감각은 과연 무엇일까?
  2. 불교의 ‘공(空)’ 사상처럼, 우리 자신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존재라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3. 양자역학과 불교 철학이 모두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나를 존재하게 하는 관계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