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비합니다. 하긴 따지고보면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몇시간째 아무생각없이 쇼츠나 릴스를 보는 나 자신을 깨닫고는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의 괴물은 나의 관심분야나 내가 흥미로울 것 같은 영상을 어찌알고 기가막히게 찾아서 내 눈앞에 들이 댑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몇 초 안에 웃기고, 놀래키고, 자극하는 영상들.
부모나 어른들 눈에는 그저 “시간 낭비”, “쓸데없는 웃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느끼는 고립감, 억압, 불안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복해서 보는 걸까요?
그 짧은 웃음이, 왜 그렇게 소중한 걸까요?
감정을 터뜨릴 곳 없는 아이들
지금의 아이들은 대부분 계획표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등교 시간, 수업 시간, 학원 시간, 귀가 시간, 숙제 시간…
그 틈 사이에 스스로 숨 쉴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자기 감정에 귀 기울일 틈도 없이, 다음 일정을 따라가야 하죠.
또래 집단 안에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무리에서 벗어나면 곧 ‘왕따’나 ‘은따’가 되고,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사회적 감시의 시선 아래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나도 몰라, 그냥 웃긴 영상 보면 좀 나아져.” 라며 스마트폰을 붙잡게 되는 겁니다.
그 짧은 영상 안에서만큼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감각,
다른 사람과 같은 밈을 공유하며 생기는 잠깐의 유대감,
그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감각이
그들에게는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소중한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나약하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외롭습니다
청소년기는 본래 감정이 폭발하고, 자아가 요동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약하다”,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은 지금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대적 스트레스는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고 은밀합니다.
우리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소리 지르고 땀 흘릴 수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에겐 뛰어놀 장소도, 함께 뛸 친구도, 시간도 없습니다.
신체 에너지를 쏟아낼 수 없으니, 감정은 더 안으로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쉽게 분출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라는 콘텐츠 소비 방식입니다.
도파민은 일시적인 쾌감을 줍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불안을 잊게 만들어주죠.
하지만 반복될수록 점점 자극에 둔감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꾸 더 강한 밈, 더 자극적인 조롱, 더 위험한 콘텐츠에 끌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재미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아이들은 재미를 찾고 있지만, 그 본질은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누군가와 웃고 싶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누군가도 느끼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밈과 댓글, 좋아요를 통해 겨우겨우 표현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말은
“너 지금 힘들지?”
“그 영상,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나도 궁금해”
“오늘 하루 어땠는지, 내 앞에서 짧게라도 말해줘”
이런 존중 어린 관심과 대화의 시작입니다.
누구보다도 감정이 많고, 누구보다도 공감에 목마른 아이들.
그들이 도파민으로 살아남고 있는 오늘을 이해해줄 수 있는 어른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간절한 존재입니다.
마무리하며
도파민 중독, 스마트폰 과몰입, 밈과 조롱의 놀이문화…
그 어느 것도 아이들이 본질적으로 원했던 건 아닙니다.
그저 감정의 배출구가 사라지고, 정서적 연결망이 끊긴 시대 속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의 언어가 자라야 진짜 소통이 가능하고,
그 소통이 이어질 때, 아이들은 자극보다 감정에 반응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될 것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야 할 이유 중 하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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