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과학의 경계

복잡한 인연과 양자 얽힘: 인과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

interflowlab 2025. 4. 6. 07:20

우리는 누구나 ‘인연’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 오래전 잊고 지낸 친구의 소식,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과의 만남조차도 우리는 ‘운명’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인연이라는 개념을 과학의 언어, 특히 **양자역학의 ‘얽힘(Entanglement)’**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인연의 실로 연결된 두 낯선 사람의 극사실적인 도시 거리 장면


양자 얽힘이란?

양자 얽힘을 상징하는 에너지 실로 연결된 두 입자의 극사실적인 이미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얽힌 입자들은 아무리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 다른 쪽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개념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물리학자들에게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는 이를 “spooky action at a distance(거리 너머의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불렀지만, 실험은 결국 양자 얽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간 관계도 얽혀 있다

이제 눈을 돌려 인간 세상을 바라보자. 우리는 무수한 만남과 사건, 감정과 기억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때론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나, 누군가와의 우연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한다. 이것이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우리가 누군가와 깊은 공감이나 연결을 느낄 때, 그 관계는 단순한 사회적 연결을 넘어서, 일종의 ‘정보의 공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학에서도 이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나 ‘감정적 공명’ 같은 개념으로 설명되지만, 양자 얽힘의 개념으로 확장해 본다면 더 깊은 상상을 할 수 있다.

인연은 양자 얽힘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공감과 감정의 얽힘을 암시하는 두 사람의 공원 속 정적인 순간


물리학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양자 얽힘 상태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철학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구조를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불교나 동양 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기(緣起)’, 즉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유가 이어져 왔다.

연기의 세계관은 양자 얽힘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이는 현대 물리학이 관측자의 개입 없이는 존재의 상태를 확정할 수 없다는 ‘양자중첩’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얽힘과 인과관계의 재정의

인과관계의 복잡한 얽힘을 시각화한 빛의 실과 인간 실루엣


양자 얽힘은 전통적인 인과관계(causality)를 흔든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두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인과의 방향성을 흐리게 만든다.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한다. 누군가의 존재가 ‘이유’ 없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때, 혹은 과거의 어떤 일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감정을 뒤흔들 때. 이는 단순히 과거→현재라는 선형적 흐름이 아니라, 얽혀 있는 시간과 경험이 동시에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나의 정체성을 바꾸고, 나의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움직인다. 그 복잡하고 미묘한 얽힘 속에서, 우리는 고유한 우주를 만들어간다. 이는 마치 우주 초기의 한 점에서 분리된 양자 입자들이, 먼 거리를 두고도 서로를 알아보는 것과 닮아 있다.

양자 얽힘은 물리학의 이론이지만, 인간 삶의 깊은 차원과도 연결된다. 과학이 밝혀낸 이 작은 세계의 비밀은,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연결되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확장될 수 있다.

세상이 더욱 빠르고 분절되어 가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다시 ‘얽힘’의 감각을 회복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보다 중요한 건, 정신적, 정서적 얽힘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서로를 ‘인연’으로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 복잡한 인연과 양자얽힘의 이 노래, 미디엄템포 재즈로 만들어봤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k_nUWpGdESU?si=e9XKb320_6dCER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