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정권 교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9.4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내란에 준하는 국정 운영을 보여준 윤석열 정부 이후에도 보수 후보 김문수에게 41.15%의 표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마주한 많은 시민들은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 절반 가까이가, 역사를 외면하고 헌정 질서를 훼손한 세력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저 단순한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치부하기엔, 이 사안은 너무나도 무겁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내란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은 김문수가 대통령이 되어 다시 한 번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길 바라는 것일까?
우리가 이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선 단순히 정치적 입장이나 후보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서야 한다. 이 문제는 ‘신념’과 ‘현실’ 사이의 거대한 단절, 그리고 ‘정치의 종교화’라는 위험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1. 신념은 언제나 사실보다 강하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신념을 따른다. 이때의 신념은 단순한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라, 정체성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나는 보수다", "나는 좌파를 싫어한다"는 말은 이념적 입장이라기보단 일종의 자기 인식이다. 이런 경우,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증거를 제시해도 "그건 조작된 거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와 같은 폐쇄적 집단에서 나타나는 사고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2. 정치의 종교화, 신앙이 된 정당
보수 진영의 일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적 판단이 아닌 종교적 믿음으로 정당을 지지해왔다. 특히 보수 기독교와 결합된 정치 집단은 "보수=정의", "진보=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심어주며 지지층을 형성했다. 이는 박정희 시대부터 내려온 강한 리더에 대한 환상과 맞물리며, 극단적 충성심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현실을 왜곡하더라도, "내가 믿는 정당은 옳다"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3. 불안을 먹고 자라는 권위주의
현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해답을 원한다. 그리고 그 단순한 해답은 종종 강한 지도자라는 상징으로 나타난다.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 "좌파를 단죄할 사람"이라는 식의 강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심리는, 실제로는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에 가까운 욕망이다. 이 욕망은 위기의 순간마다 고개를 들며, 결국 민주주의 체계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이 된다.
4. 혐오와 분열을 무기로 한 정치 전략
보수 정치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다.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 진보에 대한 혐오를 반복해서 주입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러한 정서를 빠르게 전염시킨다. 한 번 혐오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을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동조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폐쇄적이고 자급자족적인 정보생태계다.
5. 그래서 우리는 절망해야만 할까?
절망스럽다. 맞다. 내란을 일으키고, 검찰공화국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농락한 정권이 끝났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것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말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회의주의와 무력감은 또 다른 침묵의 공범이 된다. 민주주의는 절망 속에서도 말하는 이들에 의해 지켜진다.
우리는 말해야 한다. 음악으로, 글로, 행동으로, 기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모여야만, 저 거대한 신념의 벽에 처음 균열이 생긴다.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입을 열었을 때 변화가 시작됐듯이, 지금 우리도 입을 닫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이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아직 이 사회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직 희망의 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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