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양자보다 작다? 거시우주에서 본 인간의 위치와 존재의 의미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얼마나 클까?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또 얼마나 놀라운 존재일까?
우주적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본다면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다.
지구는 태양계 안에 있고, 태양계는 우리은하 안에 있으며, 우리은하는 또 다른 수십억 개의 은하들과 함께 하나의 은하단을 이룬다. 그리고 이 모든 은하단들이 모여 또 다른 초은하단을 구성하고, 우리는 그 일부인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 존재한다.
그럼 만약 이런 크기 구조를 ‘크기 순서’로 나열해본다면 어떨까?
양자 입자 < 인간 < 지구 < 태양계 < 은하 < 은하단 < 관측 가능한 우주
이 순서대로 본다면 인간은 분명히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비율’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주 전체를 수영장이라고 하고, 인간을 그 속의 미세한 먼지 입자로 본다면,
양자와 인간의 차이보다, 인간과 우주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
즉, 거시우주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양자보다 더 작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은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제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면 이렇게 작디작은 인간은 왜 양자처럼 움직이지 않을까?”
양자역학은 전자나 광자, 쿼크 같은 극미시 입자들의 세계에서 작동하는 물리 법칙이다.
이 법칙 안에서는 입자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거나, 관측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 세끼를 먹고,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뉴턴의 고전역학에 따라 움직인다.
이걸 보면 인간은 분명히 양자 세계보다는 크고, 고전역학의 세계에 속하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거시우주의 크기를 기준으로 인간이 양자보다 작게 느껴진다면,
그 초거대 스케일의 우주에는 또 다른 물리 법칙이 작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가 모르는, 또 하나의 물리 법칙이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이 미시 세계의 법칙이고,
고전역학이 인간 스케일의 법칙이라면,
거시우주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거대역학’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힘이
전혀 다른 방식의 법칙으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예를 들어, 인간은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을 할 수 없다고 믿고 있지만,
초은하단 단위의 구조에서는 시간 자체의 의미가 다르게 작동할 수도 있다.
혹은 어떤 구조는 중력보다 훨씬 미세하고, 느리고, 거대한 스케일로 작동하며,
그 물리법칙을 인간이 인식하려면 지구의 수명이 끝날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과학 법칙은
‘인간 스케일에 최적화된 현미경’과도 같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세계는 그 법칙 바깥에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양자를 발견했다
이쯤에서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이렇게 광대한 우주 속에서, 양자보다도 작다고 느껴지는 인간이,
스스로보다 더 미세한 입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법칙을 발견해냈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보다 작은 세계와, 자신보다 큰 세계를 모두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존재다.
이는 단순한 지적 능력을 넘어선다.
그건 바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그 위치를 넘어서려는 존재적 본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쿼크의 진동을 이해하고, 중력파를 검출했으며,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알면서도 더 큰 것을 꿈꾼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은,
우주의 가장 작은 위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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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적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주가 이토록 거대하고, 인간이 이토록 작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우주를 이해하려는 존재다.
이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없지 않을까?
《우주가 내게 등을 돌릴 때》
우주를 본 적이 있다
세숫대야 속 물처럼 잔잔했지만
끝이 없었다
나는 그 안의 먼지였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말 없는 입자 하나
내가 눈을 감으면
별이 사라졌다
내가 숨을 쉬면
어디선가 별이 태어났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기록했다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본 양자는
내가 본 우주는
모두
나보다 작았다
혹은
나보다 컸다
그 가운데 나는
측정할 수 없는
한순간의 망설임처럼 서 있었다
•
만약,
지금
태양이 사라진다면
나는 그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신경은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내 생각은
생각이 되기도 전에
사라질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조용히 앉아
나보다 작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 있는지
어떻게 나를 지나가는지
내 안에서 터지고, 울고, 멈추는지
그리고 아주 가끔,
내가 우주의 일부였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다
•
눈을 감으면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있다
어딘가에서
파동처럼
잔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