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심리 & 사회현상

왜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 정치적·종교적 맹목성의 심리학

interflowlab 2025. 4. 5. 20:30

정치적 종교적 신념에 갇힌 외로운 노인의 상징적 모습

 

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곤 한다.

“도대체 왜 저 사람은 저런 정당을 지지하지?”
“어떻게 저런 종교를 맹신할 수 있지?”
“아무리 뉴스가 나와도, 어떻게 생각이 안 바뀌지?”

특히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나, 일부 개신교 종파의 비합리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종교 지도자들의 성범죄, 권력 추구, 재산 세습,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과 혐오 표현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그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일까? 이 글에서는 인간이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정체성과 소속감의 정치

정치와 종교에 대한 집단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

 

인간은 '옳음'보다 '소속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다.
특정 정당이나 종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정책이나 교리 때문이 아니라, 그 집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이 바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핵심이다.
“나는 보수다”, “나는 크리스천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언어가 된다.
그 정체성을 건드리는 건 곧 자신 전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2. 공포와 불안, 그리고 단순한 해답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채 뉴스에 몰입하는 사람의 현실적인 이미지

 

특히 불확실성이 클수록 인간은 단순한 해답을 갈구한다.
“이 모든 문제는 저 사람들이 원인이다”라는 식의 간단한 메시지는, 복잡한 현실을 잠시나마 정리해주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정치적으로는 이민자, 성소수자, 젊은 세대가 ‘원흉’이 되고,
종교적으로는 외부의 다른 가치관이 ‘악마화’된다.
이런 단순화는 인간 뇌의 작동 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협에 반응하는 **편도체(공포중추)**가 활성화되면,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떨어진다.

결국,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3. 뇌는 ‘확증편향’으로 작동한다

확증편향과 인지 고착화를 보여주는 노인의 뇌 구조 이미지

 

뇌는 새로운 정보보다 자신이 기존에 믿고 있는 정보를 더 선호한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 진보 성향의 사람은 보수 정당의 뉴스에서 ‘비리’를 먼저 본다.
  • 보수 성향의 사람은 같은 뉴스에서 ‘언론 조작’을 먼저 본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뇌는 점점 고착화된다.
**50대 이후에는 신경가소성(뉴런의 재편성 능력)**이 떨어지며, 새로운 신념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워진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믿음을 끝까지 붙잡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


4. 그렇다면, 그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가?

개인 단위에서는 변화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집단 단위, 시간 단위에서는 변화가 반드시 일어난다.

과거 군사정권을 찬양하던 세대도 시간이 지나며 민주화를 경험했다.
반동적인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도, 결국 종교개혁이 있었다.
역사는 느리고 지루하지만,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다.


5.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하나다. 더 나은 이야기,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의 믿음도 돌아보며,
  • 예술과 문화, 과학과 철학으로 세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 직접 누군가를 설득하진 못해도, 다음 세대에게 질문을 남기는 일.

이것이야말로 맹목적인 믿음을 넘어서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 마무리하며: 우리가 가야 할 길

비판적 사고와 미래를 상징하는 빛나는 물음표를 든 젊은이

 

우리는 언제나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옳은가?”, “이 믿음은 누굴 위한 것인가?”
그 사유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뇌는 늙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던진 질문이 누군가의 잠든 믿음을 깨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