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확인하는 습관, 혹시 강박장애? 반복 확인 심리의 원인과 해결법

문을 반복 확인하는 불안한 남성의 모습

 

물건을 잠갔는지, 불을 껐는지, 혹은 메시지를 제대로 보냈는지…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도 다시 확인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확인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세 번, 네 번, 혹은 수십 번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심리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심리'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확인 행동은 왜 반복될까?

반복적인 확인 행동은 우리 뇌가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외출 직후 문을 잠갔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는 행동은 실질적으로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실수를 방지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점차 그 행동이 강박적으로 반복된다면 '확인 강박'이라 부르는 심리 현상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확인 강박은 '강박장애(OCD)'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입니다. 강박장애는 불안감이 특정 사고나 행동으로 반복되며, 이를 통제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때 확인 행동은 마음속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동하지만, 오히려 불안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본 확인 강박

체크리스트를 반복 확인하는 불안한 상황

 

확인 강박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첫째,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반복 확인을 많이 합니다. '혹시나'라는 의심과 불안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에, 실제로는 확인했더라도 마음이 안 놓이는 것이죠.

둘째,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주요 원인입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작은 오류도 큰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확인을 반복합니다.

셋째, 높은 책임감도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이 실수함으로써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확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나 부정적인 경험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문을 잠그지 않아 도난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이후로 반복해서 문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죠.

뇌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확인 행동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확인 강박은 뇌의 '오류 감지 회로'와 '안전 확인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어떤 행동을 완료하면 뇌가 '이제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확인 강박이 있는 경우, 이 신호가 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완료감이 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확인 충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상 습관인가, 병적인가?

잠자기 전 메시지를 반복 확인하는 여성

 

확인 행동이 항상 병적인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여러 번 확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문제는 그 빈도와 강도, 그리고 삶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일상적인 습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외출 전 가스레인지 확인을 한두 번 하는 정도
• 중요한 메일이나 문서를 보낼 때 내용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행동

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강박적 성향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이미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확인하는 습관
• 확인을 하지 않으면 심한 불안감이 생기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음
• 확인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어 일상 기능이 저하됨

해결 방법과 심리적 접근

반복 확인 행동과 관련된 뇌 회로 이미지

 

확인 강박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심리적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1. 확인 행동의 횟수를 스스로 제한해보기. 예를 들어 "딱 한 번만 확인하고 끝내겠다"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2.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안을 느끼는 자신을 인정하고 감정을 관찰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3. 인지행동치료(CBT)나 노출 및 반응 방지(ERP)와 같은 전문 치료 기법. 이는 강박행동을 줄이고 불안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4.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 특히 강박장애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SSRI 계열의 항우울제가 처방되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심리 상담을 받는 모습과 안정적인 분위기

 

반복 확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 완벽주의, 책임감, 트라우마 등의 복합적인 심리 요인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한 습관이라 생각하고 방치하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뇌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한 기관이기에, 마음을 훈련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면 반복 확인의 고리를 끊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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