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주변인이 강박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살아가거나 가까이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을 잠갔는지 수십 번 확인하거나, 손을 반복해서 씻고, 작은 실수에도 불안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걱정이 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피로감과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이는 강박적 행동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마음속 불안을 통제하려는 심리적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구,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이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강박 성향이란 무엇인가
강박적 성향은 일상에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성격 특성입니다. 완벽주의, 지나친 책임감,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함 등으로 나타나며,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성향이 너무 강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타날 경우 ‘강박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강박 행동에는 반복 확인, 정리 정돈, 숫자 세기, 반복적인 생각 등이 있으며, 이 모든 행동의 중심에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회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인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강박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반복해서 확인하려는 행동을 대신 해주는 것
-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라고 무시하는 것
- 짜증을 내며 “그만 좀 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
이런 대응은 강박 행동을 더 강화하거나, 당사자를 더욱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강박적 성향의 사람은 자신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만둘 수 없어 스스로도 괴로워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마음속 불안을 해결하지 않은 채 행동만 통제하려는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가족과 지인이 해야 할 6가지 구체적 대응법
- 판단하지 말고 이해하는 태도 가지기
강박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비난하면 방어적인 태도가 생기고 대화의 문이 닫힙니다. 대신 "그럴 정도로 마음이 불안했구나"라는 식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이는 관계 형성의 첫걸음이 됩니다. - 행동보다는 감정에 주목하기
확인 행동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진다, 손을 씻지 않으면 더러운 느낌이 든다 등 그들이 어떤 감정을 겪고 있는지를 묻고 경청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을 바로잡기보다 감정에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일관된 원칙 세우기
반복해서 확인을 부탁하거나 질문을 하는 경우, 처음엔 도와주더라도 점점 줄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만 도와줄게, 그리고 두 번째부턴 너 혼자 시도해보자”와 같은 방식이 이상적입니다. - 작은 성공을 함께 축하하기
확인을 한 번만 하고 넘어갔거나, 스스로 불안을 참아낸 경우에는 그 노력을 인정해주는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이번엔 잘 참아냈구나” 같은 말 한마디가 큰 동기가 됩니다. - 심리상담 또는 치료에 대해 자연스럽게 권유하기
"병원 가봐"보다는 "요즘 마음이 힘들어 보여서 전문가랑 얘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처럼 경험 공유형 표현이 거부감을 줄입니다. 특히 가족 중 누군가가 먼저 상담을 경험한 경우,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이 설득에 효과적입니다. - 지켜보는 사람의 감정도 돌보기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지내다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소진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인도 감정 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리적 거리 유지와 자기 돌봄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지켜야 할 심리적 경계
-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 하지 않기
- 죄책감에 휘둘리지 않기
- 한계가 느껴질 때, 나 역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기
- 그들의 불안을 100% 없애주려 하지 말고, 그 불안을 함께 견디는 연습하기
전문가의 개입 시점은 언제일까?
강박 행동이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반복 행동이 하루 1시간 이상 지속됨
- 일상 생활(출근, 인간관계, 수면 등)에 지장을 초래함
- 강박 행동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음
- 강박 사고로 인해 우울감, 죄책감, 자기비하가 심함
이 경우 인지행동치료(CBT)나 노출 및 반응 방지(ERP), 혹은 약물치료(SSRI계열)가 병행되면 증상 완화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강박적 성향은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심리적 짐일 수 있습니다. 가족과 주변인은 그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도와준다는 것은 단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과 함께 머물러주는 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려는 태도입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그들에게는 지탱할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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